일상

2019. 5. 3. 22:33


오늘 진짜 덥더라. 점심 먹고 시청광장 산책 나갔는데 그 잠깐 사이 익어버리는 줄. 그래도 온갖 징크스로 가득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 4월이 애들의 활동으로 즐겁게 물들어 무사히 끝났고, 무난히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5월이 와서 너무 행복해.  




만리동-서울로-남산에 이르는 길은 내가 한강 다음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산책로다. 한강 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고 이 길은 집에서 가까워 걸어서 감. 완만한 만리동 언덕을 지나 서울로를 천천히 걸어 남산에 올라 풀밭에 앉으면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어 일광욕 즐기기 정말 좋다. 겨울엔 추워서 잘 가지 않지만 이 계절이 찾아오면 자연히 걸음하게 되는 곳. 며칠 전 저녁 소화 시킬 겸 서울로까지 갔는데 처음 오픈할 땐 이곳을 가득 채우던 인파도 이제는 많이 줄어 한산한 벤치에 앉아 서울역쪽 바라보며 앉아 있다 왔다. 슬슬 해가 질 즈음이라서 남준이의 추천 BGM 소우주 들으며 너무 행복했네. 남산 풀밭에 피크닉 매트 펴놓고 누워 하늘 보면서 애들 노래 들으면 더 행복하겠지. 상념에 잠겨도 마음을 괴롭히는 큰 고민이 없는 요즘의 삶은 제법 만족스럽다. 



기력이 떨어지는게 느껴지면 몸이 자연스럽게 고기를 찾곤 한다. 며칠 동안 고기 먹고 싶어, 고기, 노래를 부르다 오늘 드디어 먹었네. 고기는 역시 언제나 옳아. 여기에 맥주 한 잔 곁들이니 크으으.



날이 더워지기 시작할 때의 저녁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 활기찬 사람들과 그들의 가벼운 옷차림, 귀를 부드럽게 스쳐가는 미지근한 바람, 조금씩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 일년 내내 이런 계절이면 정말 좋겠어, 소중함을 잊지 않고 늘 기꺼이 품어줄텐데. 그래도 올 겨울 역시 잘 버텼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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